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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안 본 눈 삽니다

비밀의 숲 안 본 눈 삽니다_황시목에 대해(스포 있을유)

다음 주면 비숲 시즌2도 막을 내린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니....

비숲 즌2를 기다리면서 시즌1을 복습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오늘은 (영화는 아니지만)

비밀의숲(특히 시즌1)을 보면서

했던 생각을 주르륵 써보려고 한다.

 

황시목이라는 캐릭터가 환영 받는 이유는 뭘까?

 

현실에서는 황시목 같은 사람은 좀
버거울 듯하다. 정의롭지는 않지만
효율적인 수단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 것은 오랜 시간 애써 합리화하고
진정시킨 마음을 들쑤시는
불편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되지 않냐고 묻는 사람에게

나는 아마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 왜 그래?',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

'너만 아는 거 아니야'라 대답하고 싶을 것 같다.

황시목이 '너만 범인 잡고 싶은 거 아냐'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황시목이 모난 돌이 아니라 그저 빛인 이유는

그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이 내리기도 전에

타려고 하면서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을

응징하는 그림 속의 저 인물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창준의 방식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시즌1에 등장한 이창준도 결국은

뇌물과 로비를 매개로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를

허락하게 된 사회에 제동을 걸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황시목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불편한 질문'은 누구의 몫일까?

그 집단에 새로 들어온 사람?

부정한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

사실은 운 좋으면 기자의 눈에 띄어서

세상에 공개되거나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내부고발하는 개인에게 의존하고 있지 않나?

 

사회의 고름을 터뜨리는 것이 제3자에게는

그저 고맙고, 대외적으로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비치지만 한쪽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한국 사회의 특성상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이 가벼운 죄를 받고 제자리로 돌아와

자신을 고발한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높지 않은가.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방법은 아무래도

법이 무기가 되어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웰컴투 비디오 운영자가 빵에서
1년 6개월만 살고 유유히 집으로 가게 하는 법은

범죄자를 찍어낼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없다.

다음부터는 잘 좀 해!'라고 하면서
딱밤 한 대 때리는 정도?

1년 6개월로 피해자들의 분노와 억울함은

누가 보상해주지.

 

아,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법을 무기로 싸우는 검사들이

흔들리지 않는 것도 필요하겠다.

물론 황시목 같은 검사만 있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수라는 것은 알고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적폐미 낭낭한 서동재가

이해되는 순간도 있고, 강원철이
검사장직 앞에서 고민하는 게 이해될 때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검사는 법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만큼,
자신의 어깨가 무거운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황시목이라는 캐릭터가

영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뇌섬엽 절제술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외부세계와 공감짓는 통로가 막혔다는 설정은

검사 황시목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유혹을

본의든 아니든 칼같이 차단하는 데
타당성을 부여해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황시목처럼 막 나가는(?) 인물이 있기에

겉으로는 몰라도 속으로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던 인물들 역시 힘을 얻어

정의를 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작가는 황시목을 대한민국을 구원할 영웅으로

그리려 한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생긴 염증에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고 질문하는

장치로 심어둔 것 같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면

속으로 생각만 하던 사람들이 힘을 얻어

목소리를 내게 될 테고, 그러다 보면

더 정의로운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글을 쓴 것 같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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