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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안 본 눈 삽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이해해보자! 스포 있을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영화라는데 나에게는 어려운 영화다. 7~8년 전에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제목만 보고 우리 사회의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을 줄로만 알았다. 아마 나 말고도 제목에 속아넘어간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거다. 줄거리라도 한 번 읽어보고 영화를 틀었으면 그렇게 놀라지도 않았을텐데^^

 

주요 등장인물은 사냥꾼인 르웰린 모스, 싸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쉬거, 늙은 보안관 에드 톰 벨, 그러니까 모스를 쫓는 안톤 쉬거를 쫓는 벨의 추격전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모스는 평소와 같이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서로 총격전을 벌이다 죽은 갱들의 시신과 총격전의 원인으로 짐작되는 돈 가방을 발견, 챙겨서 집으로 가져간다. 수신기가 부착돼 있던 돈 가방은 자연스럽게 모스가 있는 곳을 안톤 쉬거에게 노출하고, 안톤 쉬거가 모스를 쫓는 과정에서 저지른 살인의 흔적을 따라 보안관인 벨이 추격전에 가담하게 된다.


영화는 쫓고 쫓기는 상황을 긴박하게 또는 루즈하게 보여준다. 최양락 단발머리를 하고는 산소통을 쥔 채 나른한 표정으로 돈 가방을 찾아 다니는 안톤 쉬거는 누가 봐도 싸이코패스다. 차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인과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유명한 편의점(?) 씬에서 가게 주인이 무심코 건넨 말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안톤 쉬거가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싸이코패스임을 아주 잘 보여준다.

 

기다란 샷건을 장착한 싸이코패스, 안톤 쉬거가 쫓는 르웰린 모스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군대에서 복역한 과거가 있어서인가? 모스는 돈 가방을 찾는 자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사람이 집요한 미친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 가방을 포기하지 않는다. 치밀하게 도주 계획을 세우고, 돈 가방을 숨길 계획도 세우고, 가족들을 피신시켰으며, 안톤 쉬거와 마주친 순간에는 오히려 그에게 한 방 먹이기도 한다. 결국은 안톤 쉬거에게 당하고 말지만... 동전 던지기로 남의 생사를 결정해버리는 미친 싸이코패스와 그런 싸이코패스의 돈을 들고 튄 남자 사이에서는 그 흔한 '긴박한 BGM' 하나 없이 엄청난 긴장감이 감돈다.

 

그에 비해 에드 벨은 무자비한 살인자를 쫓고 있는 보안관 치고 느려도 너무 느리다. 경찰이 살해현장을 발견하면 '범인은 이 안에 있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두뇌를 풀가동 해서 신속하게 범인의 뒤를 밟아야 할 것 같지만, 영화 속에서 벨은 안톤 쉬거가 다녀간 자리를 꼭 한 발씩 놓친다. 벨의 무능력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기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 제목이 처음으로 상기됐는데, 이제는 늙고 기력도 딸리고, 예전 같지 않아 은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늙은 보안관 벨이 나날이 잔인해지는 세상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적응을 어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요즘 살인사건은 동기도 없다"

"점점 막돼먹어 가는데 험악해질 밖에요"

"말세예요. 어디부터 손 써야 할지"

"별 이유도 없이 죽이다니, 왜 그럴까요?"

 

도입부에 흐르는 벨의 나레이션과 모텔에서 모스의 시체가 발견된 뒤 텍사스 경찰 관계자(?)와 나눈 대화들이다(텍사스 경찰 역시 벨만큼이나 늙은 경찰이다). 연로한 경찰들이 날로 잔인해지는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잘 보인다. 물론 나 역시 일주일에 몇 번이나 살인사건에 관한 뉴스를 접하는 것이 적응이 되지 않지만, 몇 십 년 경찰 생활을 한 이들은 충격적이고, 힘 빠지고, 이제는 회피하고 싶은 세상으로 느끼는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럴까, 뭐가 잘못됐을까, 말세다 하는 그들의 말에서 잔인한 세상에 대한 애정과 안쓰러움, 걱정스러움이 잘 느껴진다.


어쩌면 벨의 독백을 통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세상,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는 세상, 칼도, 총도 아닌 별 희한한 무기로 사람을 해하는 세상, 차를 가지겠다고 사람을 죽이는 세상,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은 벨과 같은 노인들이 살기에 확실히 버거운 세상이다.

 

몇 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처음 영화를 봤을 때에 비해 제목이 의미하는 바에 좀 더 가까워진 것 같긴 하다. 여기서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봤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흥미롭다. 자신을 방해하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안톤 쉬거도 결국은 불확실한 미래, 예정되었을지 모르는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을 끝으로 안톤 쉬거가 퇴장하는 것이 참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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