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쉬 >, <캐빈 인 더 우즈>, <맨 인 더 다크> 스포가 있습니다
샤워 중인 여성 뒤에 쳐진 욕실 커튼에 칼을 쥔 사람의 그림자가 비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물줄기를 맞으면서 샤워를 하고 있는 여성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싶은 그 순간, 욕실은 피로 낭자한 살인사건 현장으로 변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싸이코(Psycho, 1960)>의 한 장면이자 공포영화의 공식이 된 장면이다.
무방비한 상태로 샤워를 하고 있는 인물, 욕실 커튼에 가려져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범인, 뒤에 누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물줄기 소리, 함께 커지는 배경음악으로 터질듯한 긴장감을 형성하다가 칼 휘두르는 소리와 여자의 비명소리, 피가 낭자한 장면이 이어지면서 소름이 돋는다. 이 장면이 50년이 넘도록 회자되고 있는 것은 마치 교과서처럼 점프 스케어와 서스펜스를 기가 막히게 잘 활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다.
서스펜스는 줄거리나 연출이 관중에게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어 관개의 흥미를 북돋워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공포영화에서는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소리, 캄캄한 공간에서 비명만 남기고 갑자기 동료가 사라져버린 상황, 금방이라도 뭔가가 나올 것만 같은 고조되는 배경음악과 같은 것들이 서스펜스가 되겠다.
영화는 잘 모르지만, 그래서 오답이 될 수도 있지만, 극중에 연약한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캐빈 인 더 우즈(2012)>에서 좀비 몇 명쯤은 한 손으로 때려눕힐 수 있을 것 같은 '커트'가 아닌, '데이나'가 살아 남는 편이 더 긴장되는 것처럼 말이다. <싸이코>의 명장면에서 샤워를 하던 사람이 여성이 아니라 특수부대 출신의 남성이어서 욕실 커튼에 비친 미세한 그림자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ㅎ
오늘 이야기해볼 영화 <허쉬>에서는 주인공이 청각 장애인이다. 외딴 곳에 집을 짓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의 집에 살인자가 침입한다는 내용에서 주인공이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은 과연 주인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살아남을까? 침입자가 등 뒤로 소리를 내고 걸어와도 모르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낳는다. 주인공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침입자가 그 뒤에 가만히 서서 여자가 뭘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장면에서 숨이 막힌 것처럼.
지금까지 봐 온 스릴러 영화에서 이런 캐릭터들은 가장 먼저 희생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보호를 받다가 죽거나, 끝까지 살아남아도 결국은 죽곤 했다. 그나마 <맨 인더 다크(2016)>에서는 민첩한 액션씬을 선보이는 시각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퇴역 장군'이라는 범상치 않은 설정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결국 앞을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어수룩한 주인공들에게 밀린다. 그래서 <허쉬>를 볼 때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되면서 걱정됐다. 침입자의 공격을 받아 희생되기 직전에 전 남자친구가 와서 구해줄까? 조금 전에 다녀간 친구의 남편이 구해주려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영화는 이 같이 편협하고 진부한 예상을 깨줬다. 주인공이 '구출'되는 장면을 기다리던 나는 주인공의 친구와 친구의 남편이 차례로 침입자에게 당하자 그럼 주인공은 누가 구해주지? 전 남자친구가? 하면서 다른 구원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 침입자에게 맞선다는 선택지는 아예 제외하고!
침입자의 기척을 들을 수도 없는 데다 숲속 외딴 곳에 위치해 있어 도와줄 사람도 없는 상태. 예상 외로 주인공은 기지를 발휘해 침입자에게 반격을 시작한다. 처음 침입자와 맞닥뜨렸을 때 주인공은 재빨리 집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을 닫고, 누가 오기로 했다는 거짓말로 위기를 타파해보려 하고, 차를 타고 탈출하려 노력해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침입자에게 상해(?)도 적잖이 입힌다(주인공도 많이 깨졌지만).
집필 중이던 추리소설의 결말을 고민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생각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추리소설의 결말은 아무래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일수록 반응이 좋다. 그래서 주인공도 침입자가 전혀 생각지 못했을 반응을 보이기로 한다. 숨고 도망치고 버텨봤자 찾아내고 잡아내는 침입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침입자와 정면승부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노트북에다 부모님께 보내는 유서까지 써둔 것을 보면 죽을 각오까지 했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 외출 나갔다가 돌아온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을까, 혼자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을까, 집필 중인 소설의 결말을 정했을까,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곱씹고 있었을까, 아니면 너무 지쳐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초점이 없는 것 같다가도 똘망똘망한 눈빛의 의미가 궁금하다.
<허쉬>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좀비영화나 전쟁영화에서 인간의 생리현상을 그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실제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보면서 '아니 설마 쟤네 먹지도 않는 것 같고, 자지도 않는 것 같고... 화장실도 안 가고 버티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 세계를 구할 영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잘 만든 생활밀착형 좀비 영화가 한 편 나와줬으면 좋겠다. 물론 영화를 만들 때 지극히 현실적인 면까지 고증하기가 보통 어렵지 않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식상하지 않은 서스펜스를 연출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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