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포칼립토>에 대한 빡센 스포가 있습니다.
TV를 돌리다가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라는 영화를 잠깐 봤다. 검색을 해보니 미국의 독립전쟁을 그린 영화에다 멜 깁슨과 히스 레저가 등장한다고 한다. 히스레저는 누군지 알겠는데 멜 깁슨..? 내 짧은 식견으로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얼굴도 어디선가 본 듯한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이 출연한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한 마디로 어색한 사이...
필모그래피를 뒤지다가 드디어 멜 깁슨 씨와 나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은 영화, <아포칼립토>다. 깁슨 씨가 이 영화의 감독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영화 제목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하도 잔인하다는 평이 많아서 보기를 주춤했다. 그러다 우연히 중앙아메리카 문명에 관한 글을 읽고 흥미가 생겼다.
아포칼립토 줄거리
영화는 평화로운 부족 마을이 침략자들에게 습격당해 초토화되면서 시작한다. 침략자는 부족민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젊고 건강한 남녀를 그들의 왕국으로 끌고 간다. 주인공' 표범 발'은 운 좋게 아내와 어린 아들을 빼돌려 깊숙한 우물에 숨긴 채로 포로 행렬에 오른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도착한 침략자들의 왕국에서 표범 발과 그의 일행이 본 것은 포로들의 심장을 꺼내고 목을 잘라 제단 아래로 떨어뜨리는 의식. 표범 발도 꼼짝 없이 죽는가 싶더니 그의 차례에서 의식이 중단된다. 왕으로 보이는 자는 이들을 잡아온 전사 '큰 늑대에게 모조리 죽일 것을 명령한다.
큰 늑대와 부하들은 포로를 연병장 비슷한 장소로 데려가 이들을 재미로 죽이기 시작한다. 연병장을 가로지르며 달리게 한 뒤 화살이나 창을 던져 죽이는 식. 가까스로 큰 늑대의 아들을 죽이고 목숨을 건진 표범 발은 우물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려 마을로 향한다. 같은 시각, 아들을 잃은 큰 늑대는 부하들에게 표범 발을 잡을 것을 지시하는데....
언짢은 점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는 듯하다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표범 발과 함께 숲속을 뛰어다니는 기분이 든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표범 발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듣던 대로 많이 잔인하기는 했지만 당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잔인하다'라고만 감상하는 것은 지극히 현대인의 관점인 듯하니 그런 말은 자제하고 싶다. 그 대신 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영화의 결말과 영화 포스터에 관한 것이다.
결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삶의 터전인 숲으로 돌아온 표범발은 큰 늑대의 부하들을 피해 달리다 해안가에 다다른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처음 보는 커다란 배와 허여멀건하게 생긴 옷을 입은 사람들. 뒤따라온 큰 늑대의 부하들도 그 광경을 보고는 더 이상 표범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뭍으로 올라오는 백인들을 구경한다. 그 틈을 타 도망친 표범발은 가까스로 아내와 아이들을 구하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큰 배는 이후 마야 문명을 멸망으로 치닫게 한 스페인 함선이다. 실제로 중앙아메리카 땅에 발을 들인 백인들은 결국 아즈텍 문명과 마야 문명을 없앴다. 이를 두고 미국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월 듀런트라는 사람은 "A great civilization is not conque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거대 문명은 외세에 정복당하기 전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되었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마야 제국이 오랜 내전으로 와해되어 있던 상태였는지라 스페인 정복자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가 괜히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거대 제국이 작은 부족을 침략해 무자비하게 죽이고 다닌 것을 보여주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주장은 너무나 백인 중심적인 사고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내전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있던 문명이니 백인이 정복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의미일까, 스페인이 침략한 것이 아니라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일까?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아주 불-편-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포스터에 써놓은 카피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무지 불편하다.
제목인 아포칼립토는 그리스어로 '새로운 출발, 시작'을 의미한다고 한다. 표범 발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일까, 백인이 상륙한 중앙아메리카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걸까? 결말을 보기 전에는 앞의 의미로 해석되다가 결말을 보고 나면 이상하게 뒤의 의미가 더 가까운 것 같다.
포스터의 의도?!
이건 불편하다기보다 순수하게 궁금한 것인데, 아포칼립토의 포스터는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 뒷 배경은 영화 속에서 포로들을 죽이고 의식을 치르던 건축물이다. 그 앞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표범 발을 뒤쫓는 추적자들이겠지. 그렇다면 맨 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의 실루엣은 표범발이 돼야 한다. 위의 사진에서 가운데 서 있는 남자가 표범 발인데, 헤어스타일이 좀 다르지 않은가?
포스터에서 주인공인척 하고 있는 저 남자는 늑대발의 부하 중 아주 못된넘인 '중간 눈'이다. 좌측 사진에 있는 바로 저 사람ㅎㅎ 쫌쫌따리 묶은 머리에, 이마 한가운데 작게 남겨둔 땋은 머리, 그리고 오른쪽 어깨의 문신까지ㅎㅎ 누가 봐도 중간 눈이다.
왜지? 왤까?? 그냥 단순한 실수?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데 내가 영화를 미처 이해하지 못한 걸까? 너무나 알고 싶다ㅎㅎ 아시는 분~~~
어디서 주워들은 바로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 거의 다 원주민이라고 한다. 멕시코 원주민 출신 배우도 있고 캐나다 원주민도 있고. 주인공 표범 발은 <아포칼립토>가 데뷔작이라고 했다. 또, 이 영화는 마야 문명 고증이 꽤 잘 돼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 영화를 보면 특히 포로를 데리고 오는 장면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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