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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안 본 눈 삽니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Bridesmaids, 2011) 스포 있을유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앞뒀을 때 본 영화다. 중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녀석이 결혼한 게 2018년이니까 영화를 본 것은 1년 반 전쯤이 되겠다. 요즘 들어 영화 채널에서 자주 방영을 하고 있던데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싱숭생숭(?)해진 마음으로 본 영화라는 게 기억에 남아서 늦었지만 리뷰를 한 번 써보려고 한다. 

 

1. 이해하는 데 서른 마은 다섯 시간 걸리는 제목

제목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레즈비언이 결혼을 한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성별이 같은데, 이를 숨기기 위해 한 명이 결혼식을 한다는 내용을 짐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스터 하단에 '겉과 속이 완전 다른 그녀들이 온다!'라는 카피처럼 이 영화도 제목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 이 영화의 원제는 <Bridesmaids>, 신부의 들러리들이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저 포스터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람이 신부고 나머지는 친구라는 거다. 나의 성별이 여자인 친구의 결혼식이 맞긴 한데 도대체 제목을 왜 이렇게 센스도, 재미도, 감동도 없도록 만들었을까?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영화 제목에 대해 더 이상 말하면 진짜 아싸처럼 보일 것 같지만(실제로도 맞음)ㅎ 그래도 해보려고 한다. 물론 해외 영화를 국내에 들여올 때 원제 그대로 들여오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영화 <투모로우>의 원제가 <The day after tommorrow>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일단 제목만 놓고 봤을 때, 원제에서는 재앙이 닥쳐오기까지 남은 시간이 이틀 정도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우리나라 국경을 넘으면서 '내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찾아본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성격이 급해서'라는데 나는 왠지 한국인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이런 제목으로 재탄생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요 근래 바비(BAVI), 마이삭(MAYSAK), 하이선(HAISHEN)이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와중에도 계곡에서 수영을 하다가, 서핑을 하다가 구조된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았는가. 내일 모레 태풍이든 거대한 자연재해가 닥쳐온다고 말해서는 웬만한 한국인들이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당장 내일 엄청난 재해가 온다고 겁을 준 게 아닌가 싶다.

 

이런 것을 보면 해외 영화를 국내에 개봉할 때 제목 수정의 자유도가 꽤 높은 것 같은데, 그래서 Bridesmaids도 나름대로 수정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을 아리송하게 만드는 제목을 선택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2. 공감성 수치

영화는 불경기에 시작한 베이커리 사업은 망하고 나쁜 남자에게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애니가 어린 시절부터 단짝친구였던  릴리안의 결혼식 들러리를 서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들러리들과 취향과 코드가 맞지 않아 결혼 준비가 순조롭지 않다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애니의 라이벌은 릴리안의 현재 단짝친구로, 예비 신랑의 직장 동료의 부인인 헬렌이다. 

 

나는 살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더 친하네 마네 하는 것으로 질투를 하고 기싸움을 해본 적이 없어서 애니와 헬렌의 기싸움이 낯설었다. 친구가 결혼을 하면 하는 거지 저렇게까지 베스트프랜드인 것을 인정 받고 하는 모습이라니. 그러다 보니 애니와 헬렌의 기싸움은 점점 똥통 싸움이 되어 간다. 그 둘을 보면서 느껴지는 공감성 수치는 오롯이 내 몫이 된다.

 

내가 다 수치스러웠던 Best 장면은 다름 아닌 웨딩드레스 샵에 방문했을 때다. 애니가 알아 온 맛집에서 식사를 한 친구들 전원이 식중독에 걸려버리는데, 식당의 위생이 찝찝했는지 음식을 거의 먹지 않은 헬렌과 헬렌에게 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멀쩡한 척 하면서 참고 있는 애니의 모습이 참 볼만하다. 그 외에도 브라이덜 샤워 파티에서 난동을 부리는 애니, 섹파의 집에서 초라하게 나와 귀가하는 애니 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성 수치와 함께 짠함을 느끼게 한다.


3. 우정뽀렙

어린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친구에게 다른 단짝이 생겼을 때 드는 그 감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친구라고는 나 밖에 없는 줄 알았건만 더 이상 나만 베스트프랜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는 섭섭함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애니라는 인물은 방금 내가 말한 '섭섭함'을 있는 것 그대로,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친구에게 다른 단짝친구가 생기거나 결혼을 하면 이제는 예전처럼 만나고 놀 수가 없을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하고 섭섭한 마음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니까. 나는 이런 마음을 체면을 한껏 차려 '섭섭함'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너, 그래도 내가 최고의 친구지?'를 인정 받고 싶은 진짜 마음이 기저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불경기에 시작한 베이커리 사업은 망하고, 비호감 룸메이트는 매일 속만 썩이고… 나쁜 남자에게 빠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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