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킹: 무법지대(2020), 넷플릭스 다큐 스포 없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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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무법지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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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상반기 화제의 문제작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집콕 중이던 미국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다큐, <타이거 킹: 무법지대>. 이 막장 스토리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알려진 것은 지난 3~4월이다. 당시에 마침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에 재미를 붙이던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타이거 킹: 무법지대>는 허리에 총을 차고 맹수 우리로 출근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원 주인, 조 이그조틱과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엮어놓은 다큐멘터리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다큐멘터리가 처음부터 조 이그조틱이라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진 기획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감독의 의도는 가정 또는 개인 소유의 농장에서 길러지는 야생동물에게 가해지는 학대 행위를 담는 것이었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조 이그조틱 주변에서 연일 사고가 빵빵 터져, 결국 '조 이그조틱의 사건사고 모음집'이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총 8회 분량의 다큐멘터리에는 막장스럽고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생각에는 주인공인 조 이그조틱이라는 사람 자체가 화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사유지에서 호랑이와 사자 등 야생동물을 기르면서 그걸로 장사를 한다는 그의 직업부터 두 남성과 함께 하는 그의 결혼생활, 라이벌 캐럴 배스킨과의 기싸움, 주지사 선거 도전, 그리고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감생활까지, 무엇 하나 범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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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의 의미

여러 가지 이유로 인상 깊을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지만 그와 별개로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미국인이 생각하는 동물학대는 무엇일까? 나는 오랫동안 미국이 동물권에 대한 것만큼은 한국보다 수십 년 앞서 있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여전히 그것이 사실인지도 모르지만, 타이거 킹을 보는 동안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유지에서 야생동물을 키우면서 돈벌이를 해도 그냥 내버려두는 정부부터 귀여운 새끼 호랑이와 사진을 찍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동물원을 이용하는 시민들, 야생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동물을 캐리어에 넣고 호텔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니 그간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이 다큐의 제목 타이거 킹 뒤에 '무법지대'라는 부제가 따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물원을 이용하지 않는 미국인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 이그조틱이 운영하는 동물원만 흥했던 것이 아니라 이외에 크고 작은 개인 동물원이 많으며, 여전히 흥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빅 캣 레스큐'를 운영하고 있는 캐럴 배스킨이 조 이그조틱이 관람객들에게 귀여운 아기 호랑이를 들이밀면서 돈을 버는 행위를 동물학대라며 비판하는 것도 위선으로 느껴졌다. 겉으로는 야생동물을 전시하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조 이그조틱을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도 입장료를 받고 관람객에게 야생동물을 전시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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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이슈

이 다큐에서 아쉬운 점은 조 이그조틱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건 사고에 처음 기획한 '동물학대' 이슈가 많이 가려졌다는 것이다. 물론 야생에서 잘 살던 동물들을 사유지로 데려와 번식시키고, 귀여운 시기가 지나면 밥만 축내며 남은 생을 살아가는 존재로 남는다는 것, 유명한 셀럽이 야생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 된다는 것, 일정 금액을 내면 우리에 갇힌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패키지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이 되긴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잘못됐으며,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뉘앙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다큐를 본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문을 닫은 조 이그조틱 동물원에서 발길을 돌려 또 다른 야생동물원을 찾아갈 테지. 뭐, 나라에서 딱히 금지하지도 않고 있는데, 말 그대로 무법지대인데 이 사람들이 억지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할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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