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포 있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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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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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는 6편, 3편짜리 다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짤막한 다큐멘터리도 있다. <타이거킹: 무법지대> 추천을 받고도 저 여섯 편을 언제 다 보나 싶어 미루고 미루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한 편 짜리 다큐멘터리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오늘 소개하기로 예고한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이라는 다큐가 바로 그렇다. 1시간 26분 짜리, 일요일 저녁에 잠들기 전 '뭘 좀 보다 잘까?' 싶을 때 시청하기 딱 좋은 분량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미를 가진 사람,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넷플릭스식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적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참고로 내용은 자기 전에 보기 좋은 내용은 아닐 수도 있다.

 

비크람의 본명은 비크람 초우두리, 미국에서 핫요가를 창시한 사람이라고 한다. 오롯이 입소문 하나로 베벌리힐즈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크람의 핫요가 수업은 연예인, 정치인을 거쳐 미국 전역에 핫요가 열풍을 일으켰다. 비크람의 수업을 들은 사람은 다큐에서 "사람들이 비크람의 수업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비크람이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젊은 나이에 고관절 수술을 권유받았던 한 수강생은 비크람의 도움으로 수술 없이 통증을 극복했다고 하니(이 수강생은 핫요가 센터를 창업했음) 나도 한 번쯤 정통 핫요가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비크람에게는 수강생들이 아파서 요가 자세를 못 하는 것인지 혹은 두려움 또는 게으름 때문에 그런 것인지 귀신같이 알아내는 능력도 있었다고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요가 수업을 설렁설렁 하려는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당근과 채찍을 주며 열심히 임하게 하는 강사야말로 참스승이 아닌가. 거기다 놀리는 듯한 말투로 진행되는 수업 방식이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크람의 핫요가 수업이 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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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하나로 닉슨 대통령으로부터 영주권을 선물받은 이 대단한 사람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조 이그조틱처럼 수많은 논란에 둘러싸인 사람인걸까? 정답이다. 비크람은 제자들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서 제자란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비크람의 전문가 과정 수업을 들으러 온 사람들을 말한다. 제자가 많아지면 자신의 요가 교실 체인점을 많이 낼 수 있으니 비크람에게도 좋은 일이다. 

 

인터뷰에 응한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크람은 아메리카 핫요가 세계관에서 군림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세계관에 대해 의문 또는 불만을 가지면 소위 '너 요가 강사 포기하고 싶어?'라는 답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린 것이다. 수업이 끝나면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비크람의 발을 마사지하고, 비크람은 제자를 콕 집어 방으로 불러 안마를 하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비크람의 제자가 아니니까 뭐 저런 놈이 있나 싶지만 요가를 가르치고 싶어 했던 피해자들은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었고 요가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비크람은 비열하게 제자들의 꿈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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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낸 사람들 덕에 비크람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었다. 비크람이 주장하는 '파산'이 아내에게 35만 달러 짜리 벤틀리를 선물하고 자녀들이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라느니, 비크람이 세 번이나 우승했다는 요가 대회가 사실은 꾸며낸 이야기였다느니, 비크람이 만들었다는 26+2 요가도 사실은 그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들이 줄줄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진다(26+2 요가는 비크람의 스승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비크람이 얽혀 있는 3건의 성폭행 혐의는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 아래 기사 링크에 따르면 비크람 초우두리는 2013년 6명의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비크람과 그의 요가 교실 홍보팀은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비크람을 고소한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승소한 사람이 있는데, 다큐멘터리에도 나온 비크람의 전 변호사다. 법원은 비크람에게 '전 변호사에게 손해배상금으로 650만 달러, 보상적 손해배상금으로 92만4000달러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지만 기사가 쓰여진 2019년 11월까지 한 푼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비크람 초우두리의 정확한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다(다큐에서는 멕시코 어딘가에서 요가 강사를 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기사에서는 태국으로 추적되고 있다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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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람을 제대로 벌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가 하나로 방송에 나오고 대통령에게 영주권을 선물 받을 정도인 사람을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과 관계 있을 것 같다. 또, 비크람이 괴롭힌 여성들의 목소리를 알게 모르게 못 들은 척 한 사람들 역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의 마지막 부분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 "비크람이 다시 돌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누군가는 비크람의 행실을 알고도 교육을 받고 그의 이름을 걸고 뭔가를 할 것이다. 사람들이 현명해졌으면 좋겠다.", "방관은 그에게 처벌을 면할 기회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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