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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안 본 눈 삽니다

가타카(Gattaca, 1997)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영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팔이가 아니라 바로 이런 영화..!⭐️

 

 

오늘은 내가 처음 쓴 영화 감상문을 가져와봤다.

SF 장르라는 정보만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가

어린 시절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 영화라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다양하게 했던 것 같다ㅋ

그래서 말이 참 많음 주의

 

   이 영화가 기획되는 과정을 되짚어 봤다.

그 당시 감독은 아마 미래에는

어떤 사회가 올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나쁜 유전자는 제거하고

좋은 유전자들만 남겨, 똑똑하고 건강한,

즉 엄마 아빠의 좋은 점만 가진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누구나 한 번쯤 할 법한 상상이라면

감독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쁜 유전자를 제거한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꼭 나쁜 유전자를 제거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사고를 확장했다.
감독이 던진 이 질문은 빈센트의 부모가
안톤을 인공수정으로 낳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한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의사: 나쁜 인자들은 제거 했습니다.

조기 탈모, 근시,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폭력 성향, 비만 등등….

 

빈센트의 부모: 질병은 원하지 않지만,

몇 가지는 남겨도 좋지 않을까요?

 

의사: 애에게 최상의 조건을 줘야죠.

우린 불완전하지만(중략) 그래도 아이는

당신을 닮을 겁니다. 당신들의 좋은 점만

닮는다는 것이죠. 천 번 자연임신을 해도

이런 애 못 가져요.


 

 

 ‘몇 가지는 남겨도 좋지 않을까요?’

바로 이 것이 감독이 품은 의문이 아닐까 한다.

그들은 안톤 만큼은 심장질환 같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공수정을
결정했지만 의사는 근시, 비만처럼
보통 사람들에게서도 흔히 발생하는 것들까지
아예 제거해 아이에게

최상의 조건을 주는 것을 강요하다시피 한다.

 

감독은 어쩌면 이 대사를 통해서

‘나쁜 인자를 싹 제거하는 작업을 거친

인공수정은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과 과학 기술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공포심을 담아두었던 것이다.

 

   결국 빈센트와 제롬,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저마다 한 가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우성 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평생을

우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제롬과 안톤,

그들은 인공수정을 통해 나쁜 유전인자가

모두 제거되는 동시에 인간으로써 누릴 수 있는

온갖 긍정적인 기회를 부여받은 채로 태어난다.

특히 안톤은 형인 빈센트보다 키도 훨씬 크고,

수영도 훨씬 잘 한다. 제롬과 안톤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제롬이 반신불수가 돼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천적인 질병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로 남들처럼 ‘우월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약점은 나중에 제롬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고, 우리에게는

한 가지 교훈을 가져다준다.


 

 

 반면 빈센트는 태어나자마자 그의 혈액을
분석해, 그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니게 될

온갖 질병이 기록된 종이를 선사받는다.

 

신경계 질병 60% 가능, 우울증 42% 가능,

집중력 장애 89% 가능, 심장 질환 99% 가능,

조기 사망 가능, 예상 수명 30.2년.

 

  너무나도 다른 빈센트와 안톤.

즉 자연스러운 임신에 의해 태어난 아이와

그야말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아이는 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종이에 따르면 빈센트는 근시부터 심장병까지

질병이란 질병은 모두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다.

심지어 태어남과 동시에 30.2년을 살다

죽는다는 선고를 받기도 한다.

 

  영화에서 우월한 유전인자를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그들이 입는 옷과 직업에서도 드러난다.

열등한 유전자를 지닌 빈센트가 항법사가 되어

우주선을 타기를 원하자,
그의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잘 들어. 네가 우주선을 보는 길은

청소부가 되는 길밖엔 없단다.

 

이 말은 곧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빈센트가

우주선을 탈 방법과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안톤이 우주선을 탈 수 있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톤은 빈센트보다 키도 훨씬 크고

심장도 튼튼해 수영도 훨씬 잘 한다.

생김새도 빈센트보다 훨씬 잘생겼다.

그에 비해 빈센트는 외모건 수영이건

안톤에게 뒤진다. 또, 이러한 차이로 인해

빈센트는 점점 부모님에게서도, 사회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열등생인 빈센트다.

동생보다 키가 크지도 않고 시력도 나쁘고 

매번 동생에게 수영 시합에서 지는 그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야 한다.

 

유전자 조작 아기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모든 사람들과 사회의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은’ 빈센트에게 우주를 보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지만 그는 꿈꾼다.

그가 가진 유전인자로는 우주선을 볼 기회라고는

청소부가 되는 방법 밖에 없지만, 그는 언젠가

‘내가 우주선에 탑승하여 우주를
꼭 날고 말겠다.’는 꿈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그리고 빈센트의 이러한 열망은

제롬의 유전자를 빌려, 사회 제도를

속이면서까지 달성하고자 한다.

자신이 가진 장애를 오로지 열정 하나로 극복해

꿈을 성취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열등한 몸을 이끌고 우주선에 탑승한다.

 

아이에게 ‘넌 안 돼.’라며 억누르면 그 아이는
결국 ‘나는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벽 속에서, 그 벽의

높이까지밖에 성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왜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벽을 깨려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벽을 부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빈센트가 바로 그 벽을
깨부순 케이스인 것이다.


 

 

물론 빈센트가 혼자의 힘으로 벽을 깬 것은
아니다. 제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빈센트의 계획이 실현됐을지는 미지수다.
우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잘 나가는 수영 선수였던 제롬은

유전적으로는 결함이 없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버렸다.

그는 자신이 두 발로 사회에 걸어 나가

실현하지 못하는 일들을 빈센트의 몸을 빌려

실현시키려고 그토록 적극적으로 빈센트를

도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빈센트가 제롬의 유전자를 빌리고,

제롬이 빈센트의 몸을 빌려 두 사람 다

‘제롬 모로우’로 살아가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 교감한다.

 

제롬: 나도 여행 가.

빈센트: 정말 고마웠어.

제롬: 아니야. 내가 얻은 게 훨씬 더 많아.

난 몸만 빌려줬지만 넌 내게 꿈을 빌려줬어.

 

결국 빈센트는 제롬의 유전자 덕으로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었고,

제롬은 휠체어에 앉아있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을 자신의 유전자를

빈센트에게 빌려주면서

자신에게 내재된 꿈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인공수정에서부터 시작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까지,

여러 가지를 생각할 기회를 준 영화였다.

철학이 한가득 담겨 있는 영화라 그런지

옛날 영화임에도 전혀 식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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