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리메이크 기념 포스팅⭐️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가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사람이 연출한 또 다른 영화인
<메종 드 히미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옛날 옛적...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를
좋아하던 시절에 ㅋㅋㅋㅋㅋ
필모 깨기 하면서 본 듯한 영화....
<메종 드 히미코>...... ㅎㅎ
참고로 그때 그 시절에 쓴 감상문이다.
(아마도 2010년대 극초반...)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다가 온 것은
오다기리 죠의 잘생긴 얼굴도,
시바사키 코우의 매력적인 표정연기도 아니다.
바로 ‘게이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게이를 포함한 동성애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중에서는 그들을 마치 사람이 아닌
악마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고,
나처럼 내 주변에 동성애자가 없다고 해서
동성애자에 관한 일화 같은 것을 들을 때마다
‘정말 동성애자가 존재하기는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동성애’ 라는 개념과 친하지 않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부터가 새로울 듯하다.
게이들이 모여 사는 실버 타운, 즉
‘히미코의 집’ 에 사는 게이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 영화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 하자’거나
‘동성애자 차별 금지’ 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바다 앞에 지어 놓은 실버타운에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게이들이 모여 사는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이 잠잠할 수는 없듯이,
짓궂은 꼬마들이 실버타운 담벼락에다
‘변태 호모’ 같은 낙서를 하기도 한다.
루비는 그런 악동들을 때로는 기분 좋게,
때로는 울분을 삭이며 쫓아낸다.

실버타운의 스폰서들(과거 히미코의 고객들)이
히미코가 병이 들자, ‘히미코의 집’ 에 대한
원조를 하나둘 그만두기 시작하면서
재정난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게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이 안타깝고
안됐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사오리 : 더러운 변태 손은 안 잡을거야!
처비 : 방금 그거 동성애자 차별하는 거야.
똑같은 사람끼리 차별하기야?
바로 이 대목이 ‘게이도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해 준 바로 그! 대사다.
처비의 저 말을 듣고 왠지 머리를 맞은 듯
‘헐 이렇게 당연한걸 왜 몰랐지?’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게이들을
지금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던
‘나와 같은 사람’ 으로서 바라볼 수 있었다.
히미코의 집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는
전직 교사도 있고, 자수와 드레스 만들기와 같이
섬세한 취미를 가진 사람도 있다.
히미코처럼 한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걱정하기도 하고, 손녀의 엽서에
기뻐하기도 하며, 남몰래 꿈을 키우기도 한다.
그들은 멀리 있지만 멀기만 한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게이임을 밝히고
엄마와 자신을 떠난 아빠를 증오하는
사오리의 심중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사오리의 입장에서 아빠인 히미코는
영락없이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사람이다.
아니, 사오리의 입장에서뿐만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도 히미코는 한 가정을 꾸려 놓고선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은 사람이다.
게이에게도 게이가 아닌 사람들처럼
자유로운 사랑을 할 권리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남겨진 식구들도 가족들과 함께 살
권리를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사오리의 마음이 백번 이해된다.
내가 사오리의 처지가 되었어도, 그녀처럼
아버지를 계속해서 미워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당시 기준)에 샘 해밍턴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게이라고 밝히고
가정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비춘 것이 생각난다. 그에게 그 사건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임에도 눈물 없이는
꺼낼 수 없는 가정사이고, 그런 아버지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에게 사오리와 샘 해밍턴이
아버지와 화해를 한 그 ‘결과’ 만이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아버지를 증오하며 살아왔던 시간과
화해하는 과정 같이 그들만이 아는 ‘사연’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아버지들도
그에 못지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앞에서 영화를 보면서 ‘게이도 사람이구나’
라고 느꼈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그동안 내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랑을 한다고 해서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거나,
그들을 신기하게 보거나, 특이하다고
생각해 왔다면 처비가 말한
게이도 사람이라는 말을
한 번쯤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
뭐, 저런 생각을 했었다고 해서
무조건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느꼈었다는 걸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게이도 사람이라는 것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한 번쯤 저 생각을 해 본다면 ‘사람’이라는
개념 자체가 조금 바뀌어서 다가올 것 같다.
그냥 뇌와 손, 발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심장이 뛰는 사람으로
그들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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