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보기가 너무너무 힘들었던 영화⭐️

이름이 "공주"
어느 집에서나 딸들은 공주다.
나도 한때 외할아버지로부터 공주라고 불렸다.
내 이름은 공주가 아닌데 나를 공주라고 부르는 까닭은 내가 공주처럼 생겨서,
혹은 공주병이 심해서가 아니라
할아버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라서'였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공주인 이유도 그녀 역시 한없이
사랑받을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건 내 생각이 너무 앞섰을 수도 있고,
반대로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공주가 전혀 공주같지 않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수영?
처음에는 염증 때문에 산부인과를 다니는 공주가 왜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배우려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 하필 수영일까?
그리고 친구가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사실을
접한 후에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수영을 배우고 싶었을까.
그런데 공주가 스스로의 입으로
'나중에 후회할까봐'라고 말했을 때,
그때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죽으려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해서
헤엄치는 방법을 익혀두려 한 것이다.
결국 공주가 물 속에서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허우적거리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헤엄을 치는 것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마지막장면 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물에 뛰어든 이후에도 그녀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엄마, 돈을 받고 가해자에게 합의를 해 준 아빠,
절망적인 선생님의 목소리,
공주가 떠난대도 잡지 않는 선생님의 어머니,
그리고 오히려 합의서에 사인을 해 달라고 하는
선생님 어머니의 애인, 마지막으로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져
선뜻 공주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은희까지.
이 모든 상황이 공주가 살고싶다는 생각을
되돌리지 못했을 것 같다.

실화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 달려 있는 댓글들 중,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웠다'는 댓글을 봤다.
그 말을 한 사람의 정확한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집단 성폭행의 피해자인 공주가 가해자들을 피해
멀리 떠나야 한다는 것, 합의 해 달라면서
오히려 네가 우리 아들을 꼬신 게 아니냐며
역정을 내는 가해자들의 부모들을 보는 내내
나는 이 이야기가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믿고싶지 않았다.
차라리 지어낸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것 같다.
가해자를 보고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을 보고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은 화가 나는 것을 넘어
그저 그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공주가 전학을 가고 새 친구들이 생기고
겨우 새로운 삶에 적응할 듯 말듯 하는 동안,
마치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는 상처는
절대 잊혀질 수 없다고 말하는 듯
영화의 중간중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
가해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기도 했고
여러번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너무 끔찍하고 안타까워서 제대로
고개를 들고 지켜볼 수가 없었다.
항상 리뷰를 쓰면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쓰다 보면 산으로 가기도 하고 바다로
가기도 하다 보니...
그냥 영화를 보면서 혹은 보고 난 후에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런듯?
아무튼 오늘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 하루종일 우울하고 화가 난다.
20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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