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렌디드 : 다크웹>은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서치>처럼 맥북 화면을 통해 모든 장면을 구성하는 기법으로 제작됐다. 2018년 즈음에는 이런 기법으로 만든 영화들이 꽤 많이 나온 듯하다. 서치, 언프렌디드 시리즈(다크윕, 친구삭제) 등등. 친구삭제 편도 본 적이 있는데 나름 재미있던 걸로 기억한다.
<언프렌디드 : 다크웹>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 없는 노트북을 가져온 주인공 마티아스는 친구들에게는 이를 새로 산 노트북이라고 거짓말을 한 채로 화상 채팅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마티아스는 노트북 안에 숨겨져 있던 대용량 파일을 열어보게 되고, 누군가로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받고 '다크 웹'에 접속하게 된다.
친구삭제 편에서는 SNS상의 사이버 불링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본 다크웹에서는 일반인은 웬만해서는 접근하지 않는 사이버 공간인 다크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크웹..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최근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구매한 놈들이 줄줄이 잡힌, 바로 그 배경이다. 참고로 다크웹은 일반적인 인터넷 브라우저로는 접속할 수 없는 암호화된 인터넷망을 말한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꼭 영웅 같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주인공이 하는 짓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순차적으로 든다.
1. 애초에 남의 노트북을 왜 주워 와서 이 사단을 만들지?
2. 왜 남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을 하지? 메시지는 왜 확인하는데??
3. 노트북 걍 갖다줘버리라고!!
4.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니..?
5.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죽고 있는데 여자친구만 무사히 데리고 오라고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6. 그러게 왜 남의 노트북을 주워와서 그러니...
물론 주인공이 애초에 노트북에 대한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야기 자체가 시작될 수가 없을 테니 1번과 같은 생각은 의미가 없겠지. 하지만 영화가 기승전결을 거치는 과정을 지켜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걸 보면 이 영화 자체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개연성이 부족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1번 뿐만 아니라 2, 3, 4, 5번에 해당하는 의문 역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꾸역꾸역 밀어넣은 느낌이 진하게 나기 때문이다.
제일 얼탱이가 없던 부분은 5번이다. 여자친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아무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아무리 급하게 둘러대는 것이라도 그렇지, 지금까지 친구들과 함께(화면 공유를 통해) 살펴본 노트북의 비밀 파일을 '자신이 만든 게임'이라고 둘러대다니. 친구들과 관객들을 바보로 보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누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없으니만 못한 대사 같다.
그런데 참 애석하게도 불쌍한 친구들은 주인공의 말을 일단 믿어준다. 주인공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어서 무조건 믿어준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줄 알았던 건지 너무나 궁금하다. 설마.. 후자겠어..? 아무리 친한 친구가 하는 말이라고 해도 너무나 헛소리인걸....
아무튼 이 영화의 이런 흐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인지, 내가 너무 꼬여서 트집을 잡는 것인지...
어둠의 세력들이 친구들을 차례차례 죽이는 장면에서는 뜻밖에 창의력이 느껴졌다. 우선 얘네는 해킹과 합성의 대가다. 상대의 컴퓨터에 숨어들어가,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영상을 짜깁기해 경찰에게 오해를 사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제는 몸으로 때우는 킬러가 아니라 이런 사이버 킬러도 활동하는 시대가 오려나 보다. 미래에는 전쟁도 이런 식으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언프렌디드 시리즈가 맥을 이으려면 허접한 시나리오부터 고쳐야 할 것 같다.
언프렌디드: 다크 웹
어느 날, 주인 없는 노트북을 발견해 자신의 집으로 가져온 마티아스(콜린 우델).그는 새로 장만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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